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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결혼이 필수인 때 사랑보다 성장이 빛난 작품

by 르네샤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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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만과 편견>은 여성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어 결혼이 필수였던 18세기 영국의 시골 마을이 배경인 작품이다. 단순히 신분 차이가 나는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것이 아니라 작가의 통찰력과 등장인물들의 성찰과 성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신분 차이가 있는 사랑 뒤에 숨겨진 시대적 배경

 

18세기 영국의 시골 마을에 사는 베넷 가에는 딸만 다섯 명이었다. 당시에는 여성에게 상속권이 없었기에 베넷 부인은 남편이 죽은 후에 방계 사내아이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을 것을 우려하여 딸들을 자산가와 결혼시키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에 별장을 둔 자산가 청년인 빙리가 마을에 오고 장녀 제인과 서로 호감을 갖게 되는데,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인 다아시의 태도가 오만하다고 생각해 반감을 가진다. 한편,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눈동자에 지성이 담겨 있다며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했으나 귀족 혈통인 자신의 가문과 젠트리 출신인 엘리자베스가 이어지는 것에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빙리가 제인을 두고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갔고 두 사람이 헤어지는데 일조한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호감도는 더 떨어지고 만다. 이후 우연히 만난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 대한 마음이 흘러넘쳐 청혼하지만 엘리자베스의 가문을 무시하는 듯한 오만한 태도에 그녀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다음날 엘리자베스 앞으로 다아시가 쓴 편지가 도착하는데 제인의 무심한 태도에 빙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 둘 사이를 반대한 것에 대한 사과, 베넷 부인과 여동생들이 무례하게 굴어서 무시했던 점, 다아시에게 재산을 빼앗겼다고 떠들고 다녔던 위컴이 사실은 은혜를 워수로 갚은 상대였다는 점이 쓰여 있었다. 편지를 읽은 엘리자베스는 편견을 가지고 다아시를 대했다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에 그를 피하는데 외삼촌 부부를 따라 다아시의 영지인 펨벌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뜻밖에 재회한다. 재회 후 다아시가 신분이 낮은 외삼촌 부부를 공손하게 대하는 것, 식솔들이 다아시를 칭찬하는 점을 보고 그에 대한 호감이 되살아나던 중 막내 여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야반도주를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위컴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 막대한 지참금을 요구했는데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명예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빙리와 제인의 약혼을 도왔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깊은 사랑을 느끼고 결국 다아시와 결혼한다.

 

 

여성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어 결혼이 필수였던 시대

 

18세기 초 영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여성의 결혼이 중심이 되는 연애소설이다. 정밀한 인물 묘사와 가독성 좋은 스토리 덕에 제인 오스틴의 걸작으로 여겨진다. 당시에는 여성이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이 거의 없어 좋은 혼처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재산이나 지참금이 적은 여성이 좋은 혼처를 찾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고 만약 결혼하지 못하면 평생 친척 집에 신세지며 살아야 한다. 이 책을 집필하던 1800년대에는 유럽에서 나폴레옹 전쟁이 발발하여 영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던 시기였으나 책에서 정치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반면 젠트리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당시 영국의 상류층은 크게 작위가 있는 귀족과 그 외의 대지주 젠트리로 구분할 수 있다. 젠트리 계급은 일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직업을 가진 중류층은 자산이 많더라도 무시의 대상이었다. 젠트리 계급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혈통이 좋고 귀족인 친척과 연이 닿아있거나 재산이 많은 경우는 대우가 달랐는데,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결혼에서는 그런 격차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이 젠트리 계급이거나 과거 젠트리 계급 출신인데 반해 유서 깊고 백작가의 친척이며 당시 연 소득이 1만 파운드였던 다아시와 전통 있는 가문은 아니지만 친척 다수가 부유하며 연 소득이 5천 파운드였던 빙리, 일반 젠트리 계급이지만 중류층 친척이 있고 연 소득이 2천 파운드 정도인 베넷 가문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여성은 재산의 극히 일부만 지참금으로 가져갈 수 있었는데 넉넉하지 않으면서 아이까지 많은 가문은 계급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상속받을 재산이 별로 없는 남성은 목사, 군인이 되거나 유복한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배경상 베넷 가의 딸들은 약소한 지참금으로 결혼 상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등장인물의 성찰과 성장,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라는 후대의 평가

 

영국의 공영 방송 BBC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2위가 오만과 편견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4위를 차지하였다.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은 <세계 10대 소설>에서 이 책을 들어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평가하였으며,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문학론>에서 서두에 등장하는 베넷 부부의 대화를 극찬하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뻔한 클리셰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필력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명작이 되었다. 상류층 신사와 젠트리 계급의 당차고 똑똑한 숙녀가 좋지 않았던 첫인상을 뒤집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간단한 줄거리이지만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와 시대적 분위기를 잘 엮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당시 소설로는 드물게 등장인물들의 감성을 세밀하게 묘사하였으며 동시에 허영이나 오만 등 인물이 가진 단점도 부각했다. 특히 젠트리 계급인 엘리자베스가 상위 계층과 결혼할 기회인데도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하기 위해 당차게 거절하는 점, 지위가 낮은 여성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남성 등의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개성을 좋게 평가받고 있다. 결말이 오늘날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시각도 있으나 18세기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가문과 가문의 결합으로서 결혼할 때 계급, 명성, 재산 등을 따지는 것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당사자의 마음이 통해서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생각해 보면 <오만과 편견>은 단순한 신데렐라의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성찰과 성장, 인물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통찰력 등에 주목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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